무늬오징어는 에기 색을 어떻게 볼까?|490nm·케이무라·야광·겉지와 속지의 의미

무늬오징어는 에기 색을 어떻게 볼까?|490nm·케이무라·야광·겉지와 속지의 의미

에깅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에기 색상을 꽤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핑크와 오렌지, 퍼플처럼 겉지 색상별로 준비하고, 속지도 금색과 은색, 적색으로 다양하게 챙겨 다녔습니다. 물이 탁하면 밝은 핑크나 오렌지가 잘 보일 것 같았고, 밤에는 밝거나 발광하는 에기를 쓰면 무늬오징어도 더 쉽게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낚시를 이어가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처음의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선명하게 보는 색을 무늬오징어도 같은 방식으로 볼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 눈에 잘 들어오는 에기를 고르는 일과 무늬오징어에게 잘 인식되는 에기를 고르는 일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색상 선택이 의미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핑크냐 오렌지냐를 먼저 정하기보다, 그 에기가 물속에서 어떤 밝기와 반사, 실루엣을 만들지 함께 보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무늬오징어 시각 연구에서 확인한 내용과 제가 실제 에깅에서 사용하는 판단 기준을 나누어 정리해보겠습니다.

1. 색을 사람처럼 구분하지 못한다고 모든 에기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늬오징어 시각을 설명할 때 흔히 ‘색맹’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다만 이 말만 듣고 핑크와 오렌지, 검은색 에기가 모두 똑같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색상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람이 부르는 색 이름과 물체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시각 정보는 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6년 Chung과 Marshall의 연구는 무늬오징어를 포함한 연안 두족류의 광수용체를 조사했고, 조사한 종들에서 한 종류의 주된 시각색소를 바탕으로 하는 단색성 시각을 보고했습니다. 이 결과는 사람이 여러 종류의 원추세포 신호를 비교하듯 무늬오징어도 핑크와 오렌지를 구분할 것이라는 설명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색각에 관한 결과만으로 에기 사이의 밝기 차이나 배경과의 대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명을 받은 두 에기도 소재와 겉지, 속지에 따라 반사하는 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늬오징어가 사람처럼 색을 보지 않는다’와 ‘에기 색상은 아무렇게나 골라도 된다’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자료를 읽으며 바꾼 기준도 여기에 있습니다. 색 이름 하나에 반응을 연결하기보다 물속에서 에기가 드러나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핑크에 반응했다는 기록은 남길 수 있지만, 그 한 번의 반응으로 무늬오징어가 핑크라는 색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2. 490nm는 에기 색상의 정답보다 시각색소를 이해하는 숫자입니다

에기를 고르다 보면 490nm라는 숫자를 자주 접합니다. nm는 빛의 파장을 나타내는 단위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각색소가 어떤 파장의 빛을 상대적으로 잘 흡수하는가입니다. 최대흡수파장은 흡수 곡선의 가장 높은 지점을 말하므로, 그 숫자에 해당하는 빛만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6년 Chung과 Marshall의 연구는 호주에서 채집한 무늬오징어를 포함한 연안 두족류의 시각색소를 조사했습니다. 무늬오징어에서는 약 503nm 부근의 최대흡수파장을 보고했습니다. 에기 설명에서 자주 접하는 490nm와 같은 숫자는 아니므로, 이 연구를 모든 무늬오징어가 정확히 490nm를 가장 잘 본다는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측정값은 해당 연구의 대상과 방법 안에서 읽어야 합니다. 다른 지역의 개체나 제품 설명에 등장하는 숫자까지 한 값으로 고정하기보다, 청록색 부근의 빛에 대한 시각색소 특성을 이해하는 자료로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눈의 색소가 빛을 흡수하는 정도와 실제 낚시에서 에기를 발견하고 안는 과정도 구분해야 합니다.

490nm라는 숫자만 보고 그 파장으로 발광하는 에기가 언제나 더 잘 잡힐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빛의 세기와 배경, 에기의 위치와 움직임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 숫자는 특정 제품을 정답으로 고르는 근거보다는, 무늬오징어의 눈을 사람의 색감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해주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3. 에기 박스에서 보이는 색과 물속에서의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무늬오징어가 어떻게 보는지에 앞서, 에기에 어떤 빛이 도달하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물속으로 들어간 빛은 흡수와 산란의 영향을 받으며, 수심과 물속 물질에 따라 남는 빛의 양과 파장 구성이 달라집니다. 맑은 외해와 부유물이 많은 연안에서 같은 색이 같은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붉은색은 몇 미터에서 사라지고 파란색은 몇 미터까지 보인다는 식의 고정된 수심표를 에기 선택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수심이 같아도 시간대와 날씨, 물색이 다르면 조건이 달라집니다. 물 위에서 에기를 들여다봤을 때의 선명함만으로 실제 내려간 곳의 모습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반사형 에기는 주변에서 들어오는 빛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함께 봅니다. 금색이나 은색 속지가 육상에서는 반짝여도 그 빛이 물속의 에기까지 얼마나 도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사람이 보기에는 어두운 색이어도 밝은 배경을 등지고 있을 때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장에서 비교해볼 가설이지, 어두운 색이 항상 유리하다는 규칙은 아닙니다.

밤이라고 모든 포인트의 빛이 같지도 않습니다. 가로등이나 항만 조명이 닿는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저는 ‘지금 밤인가’에서 판단을 끝내기보다 에기를 넣는 방향과 수심, 빛이 닿는 범위를 함께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런 조건을 놓친 채 색만 바꾸면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집니다.

4. 겉지와 속지는 하나의 조합으로 봅니다

예전에는 에기 박스를 열면 핑크나 오렌지처럼 겉지 색부터 봤습니다. 지금은 같은 핑크라도 속지가 금색인지 은색인지, 몸체가 비치는지, 발광 기능이 있는지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겉지 색 이름이 같다고 물속에서의 시각적인 특성까지 같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겉지는 색과 무늬뿐 아니라 속지와 몸체가 얼마나 드러나는지에도 관계합니다. 속지 역시 이름만 보고 반사 정도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은색 계열이라도 표면 처리나 무늬가 다르면 육상에서 확인되는 반짝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생각하면 겉지 하나만 적어두는 기록은 나중에 같은 에기를 찾거나 반응을 비교할 때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색 속지는 탁한 물에서 반드시 유리하고, 은색 속지는 맑은 물에서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 확인한 시각 연구는 특정 속지의 조과 우위를 입증한 자료가 아닙니다. 익숙한 색상별 사용법은 처음 던질 에기를 고르는 참고로 쓸 수 있지만, 반응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른 선택을 배제하는 기준으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제가 기록하려는 것은 ‘핑크 에기’보다 ‘핑크 겉지에 금색 속지인 해당 모델’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케이무라나 야광 여부를 함께 적으면 비슷한 색의 에기를 사용했을 때도 차이를 되짚어보기 편합니다. 같은 이름의 색이라도 조합이 다르면 별도의 선택지로 보는 이유입니다.

5. 케이무라와 야광은 빛을 내는 조건부터 구분합니다

케이무라는 자외선에 반응하는 형광 특성을 이용한 가공입니다. 자외선을 받아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내는 것이므로,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무늬오징어가 자외선 자체를 별도의 색으로 본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마다 형광 소재와 가공이 다를 수 있으므로 케이무라라는 이름만으로 같은 밝기나 발광색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축광형 야광은 빛을 받은 뒤 어두워져도 일정 시간 빛을 내는 방식입니다. 케이무라를 UV 라이트로 비췄을 때 빛나는 모습과, 야광을 충전한 뒤 라이트를 껐을 때 남는 빛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물론 한 에기에 두 기능이 함께 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겉으로 보이는 색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제품 표기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차이를 알면 UV 라이트 아래에서 강하게 보이는 케이무라가 실제 낚시 수심에서도 같은 정도로 발광할 것이라고 쉽게 결론 내리지 않게 됩니다. 형광을 일으킬 자외선이 그곳까지 얼마나 도달하는지도 관계하기 때문입니다. 야광 역시 충전 상태와 경과 시간에 따라 밝기가 바뀌므로 ‘야광을 썼다’는 기록만으로 매번 같은 자극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490GLOW는 490nm 부근의 발광을 내세우는 제품 명칭입니다. 파장에 대한 제품 설명과 실제 조과 비교는 구분해서 봅니다. 시각색소가 그 부근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늬오징어가 그 에기를 더 선호하거나, 다른 에기보다 잘 잡힌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밤이면 밝거나 강하게 빛나는 에기부터 떠올렸습니다. 지금은 야광을 밤의 정답으로 정하기보다 에기의 밝기와 대비를 바꿔보는 선택지로 보고 있습니다. 발광이 있는 에기와 없는 에기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반응이 달라졌을 때 곧바로 발광 하나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6. 편광을 본다는 사실도 특정 속지의 조과와 바로 연결하지 않습니다

무늬오징어 시각을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편광이었습니다. 편광은 빛의 진동 방향과 관련된 성질입니다. 사람에게 익숙한 색상이나 밝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시각 정보가 무늬오징어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Pignatelli 등의 2011년 행동 연구는 무늬오징어를 포함한 두족류에 밝기 대비와 편광 대비로 만든 시각 자극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에서는 편광 대비로 제시한 다가오는 자극에도 두족류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편광 정보에 대한 행동 반응을 확인한 결과이지, 은색 속지나 홀로그램 에기를 비교한 낚시 실험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편광을 볼 수 있으니 홀로그램 에기가 더 잘 잡힌다거나 은색 속지가 특별히 유리하다고 연결하지 않습니다. 실제 에기가 어떤 편광 신호를 만들고, 그것이 배경과 어떤 대비를 이루며, 무늬오징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확인해야 그런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광 연구를 읽고 남은 생각은 특정 에기를 더 신뢰하게 됐다는 것보다 제 눈으로 보는 물속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쪽입니다. 낚시인이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까지 색 이름 하나로 설명하려고 하면 확신은 쉽게 생기지만, 실제 반응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덜 될 수 있습니다.

7. 색상 반응을 보려면 크기와 침강 타입을 먼저 맞춥니다

실제 낚시에서는 결국 에기 하나를 골라 던져야 합니다. 저는 색상 차이를 살펴보고 싶을 때 가능하면 제조사와 모델, 호수와 침강 타입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모든 조건을 같게 만들 수는 없어도 한꺼번에 여러 요소를 바꾸는 것보다는 반응을 되짚어보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3호 노멀을 쓰다가 반응이 없어 2.5호 쉘로우의 다른 색으로 바꿨다고 해보겠습니다. 이후 무늬오징어가 안았다면 좋은 선택을 한 것은 맞지만, 색상 때문인지 크기 때문인지 천천히 가라앉는 특성 때문인지는 그 결과만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색상 반응을 비교하고 싶다면 같은 모델의 3호 노멀에서 다른 색상 조합으로 바꿔보는 식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하는 수심까지 에기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가라앉는 동안 계속 밀린다면 색상 비교를 먼저 할 상황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는 침강 타입을 바꾸는 목적과 색을 바꾸는 목적을 구분해 생각하려고 합니다. 노멀과 쉘로우의 차이는 [무늬오징어 에기 종류]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호수 변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기를 줄인 뒤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함께 바꾼 겉지 색이 정답이었다고 기억하면 다음 출조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호수별 선택과 교체 순서는 [무늬오징어 에기 2.5호·3호·3.5호 차이]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교체한 목적을 구분해두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색부터 바꿀지, 크기나 침강 타입부터 조절할지 판단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8. 당첨색보다 그 색에 반응한 조건을 남기려고 합니다

요즘은 어떤 색이 잘 잡혔는지와 함께 물색과 투명도, 시간대와 광량, 노린 수심도 보려고 합니다. 에기의 겉지와 속지, 반사와 발광 특성까지 함께 기억하거나 기록하면 같은 색을 다시 쓸 때도 비교할 단서가 남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정확하게 적기보다 다음 출조에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반응 역시 잡혔는지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눈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는 따라왔는지, 접근하다 돌아섰는지, 건드렸는지, 실제로 안았는지를 가능한 범위에서 구분합니다. 보이지 않는 수심에서 일어난 일까지 추측해 기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확인한 반응과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나누어두는 편이 나중에 읽었을 때도 덜 헷갈립니다.

예를 들어 ‘오렌지로 한 마리’라는 기록보다 당시 물색과 시간대, 사용 모델과 호수, 속지와 발광 여부가 남아 있으면 활용할 여지가 더 많습니다. 이것은 기록 방법의 예시이며, 특정 색이 특정 조건에서 잘 잡힌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찾고 싶은 것은 색상 이름 하나의 우열보다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반응입니다.

물론 출조 기록을 과학적인 실험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에기를 바꾸는 동안에도 조류와 빛이 달라지고, 다른 무늬오징어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한 번 반응이 나왔다면 다음 선택에 참고하되, 그날의 모든 반응을 색상 하나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록이 충분히 쌓이면 EGI REEF에서 실제 출조 조건과 함께 다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에기 박스를 열면 제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색부터 찾았습니다. 지금은 ‘이 색이 예쁜가’보다 ‘지금 이 물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를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연구를 읽고 나서 에기 색의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무늬오징어가 사람이 보는 핑크와 오렌지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겉지와 속지, 반사와 형광, 야광의 차이를 모두 지울 필요도 없습니다. 그 차이가 실제 조건에서 어떤 반응으로 이어지는지 천천히 확인하면서, 처음에 제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기준도 바꿔가려고 합니다. 저에게 에기 색을 공부하는 재미는 정답색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무늬오징어가 바라보는 물속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데 있습니다.


참고자료